27호 LIFE #2

LIFE

2026년 9월, 일본 아이치현과 나고야시에서 제20회 하계 아시안게임이 열린다. 일본에서 아시안게임이 개최되는 것은 1994년 히로시마 대회 이후 32년 만이다. 이번 대회가 특별한 이유는 규모나 역사 때문만이 아니다. 헤드셋을 쓰고 겨루는 태권도, 크루즈 위의 선수촌, 그리고 정식 종목으로 편입된 종합격투기까지, 전통과 디지털 기술이 나란히 공존하는 새로운 형태의 대회이기 때문이다.


경계를 허무는 경기: 버추얼 태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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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olympics.com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버추얼 태권도’의 등장이다. 이미 2024년에 첫 세계선수권이 열려, 이번 아시안게임에서는 어엿한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었다.

선수들은 VR 헤드셋과 동작 추적 장치를 착용하고, 가상 경기장에서 신체 접촉 없이 겨룬다. 물리적 충돌 대신 디지털 물리 엔진이 동작을 인식해 점수를 산출하기에, 체급이나 성별 차이가 승부를 가르지 않는다는 점이 핵심이다. 물리적 충돌이 없어 부상 위험이 낮고, 누구나 같은 조건에서 겨룰 수 있다는 포용성이 이 종목의 가장 큰 특징으로 꼽힌다.

종주국인 한국은 물론, 전통 무도와 첨단 기술의 결합이라는 상징성 덕분에 이번 대회의 화제작으로 떠오른 버추얼 태권도는 세계태권도연맹(WT)과 싱가포르의 기술 기업 리프랙트 테크놀로지스가 협력해 개발했다. 경기는 10월 2일, 기존 겨루기와 품새 종목이 치러지는 아이치현 도요하시시의 종합체육관에서 진행될 예정이니, 첨단 기술과 태권도의 만남이 기대된다면 참고할 수 있겠다.


짓지 않는 선수촌: 지속가능성의 실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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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47news.jp

이번 대회는 거대한 선수촌을 새로 짓지 않는다. 대신 조직위원회는 비용과 시간 문제를 고려해 영구 선수촌 건설 대신, 숙소를 지역 곳곳에 분산하는 방식을 택했다. 약 4,000명의 선수는 나고야 항에 정박한 대형 크루즈선에 머물고, 다른 선수단은 항만 부두에 마련된 목조 컨테이너형 숙소에 묵는다. 아이치현산 삼나무·편백 등 친환경 목재로 지어진 이 숙소는 대회가 끝난 뒤 재난 대응 시설과 관광 숙소로 재활용된다. 거대한 콘크리트 구조물을 세웠다가 대회가 끝나면 애물단지로 남기는 대신, ‘새로 짓는 대신 순환한다’라는 발상을 택한 것이다.

낯선 환경을 미리 대비하기 위해, 인도 선수단이 자국 훈련 센터에 유사한 컨테이너 유닛을 설치해 적응 훈련을 했다는 이야기도 흥미롭다. 배 위에서 잠들고 부두의 목조 숙소에서 아침을 맞는 경험은, 선수들에게도 낯설지만 특별한 기억이 될 법하다. 다만 대회가 태풍철과 겹치는 만큼, 조직위는 기상 악화 시 선수들을 안전하게 대피시키는 계획도 함께 마련했다고 전했다.


종목 지형의 변화와 한국 관전 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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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Evolve MMA

종목 구성에도 변화가 있다. 이번 대회는 43개 종목 규모로 치러지는데, 그중 종합격투기(MMA)가 처음으로 정식 종목에 채택돼 남녀 여러 체급으로 열리며, 한국 선수단의 출전도 확정됐다. ‘리그 오브 레전드’와 ‘배틀그라운드’ 등 인기 e스포츠 종목 역시 여러 세부 부문으로 편성돼 대회의 한 축을 담당한다. 전통 무도와 신생 종목, 그리고 가상 현실 경기가 한 대회 안에서 공존하는 구성이다.

한국 관전자라면 버추얼 태권도 경기일인 10월 2일을 비롯해, 태권도·MMA 등 강세 종목의 일정을 미리 챙겨 두면 좋겠다. 9월 19일 개막해 10월 4일까지 16일간 이어지는 이번 대회는, 익숙한 종목을 낯선 방식으로 다시 보게 하는 무대가 될 것이다. 어떤 종목이 새로운 스타를 배출할지, 그리고 기술이 스포츠의 경계를 어디까지 넓힐지 지켜보는 재미가 있다. 스크린 속 경기와 경기장의 함성이 뒤섞이는 이번 대회는, 아시아 스포츠의 다음 10년을 가늠하는 시험대이기도 하다.


지속가능성과 기술이 만난 새로운 무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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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chunichi.co.jp

바다 위에 뜬 선수촌, 헤드셋을 쓴 태권도 선수, 대회가 끝나면 재난 숙소로 변신하는 목조 컨테이너. 아이치·나고야 대회가 보여 주는 장면들은 스포츠 이벤트가 지속가능성과 기술을 어떻게 끌어안는지를 압축한다. 더 크게 짓는 대신 더 현명하게 운영하고, 몸으로 겨루는 종목 옆에 가상의 경기장을 나란히 두는 것. 2026년 가을, 새로운 형태의 아시안게임이 그 혁신의 결과를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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