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호 LIFE #1

LIFE

한여름에 굳이 뜨거운 사우나를 찾는다니, 얼핏 모순처럼 들린다. 그러나 2030세대를 중심으로, 사우나는 계절을 가리지 않는 ‘회복’의 공간이자, 술자리를 대신하는 새로운 사교의 장으로 떠올랐다. 땀을 흘리고 찬물에 몸을 담그는 이 오래된 요법이, 어째서 지금 가장 트렌디한 취미 중 하나가 되었을까. 세 개의 키워드가 그 답을 설명한다.


MZ는 왜 여름에도 사우나에 모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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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키워드는 ‘리커버리노믹스’다. 회복(Recovery)과 경제(Economics)를 합친 이 말은, 잘 쉬기 위해 기꺼이 지갑을 여는 소비 흐름을 가리킨다. 운동 다음의 메가 트렌드로 건강과 회복이 지목되며, 사우나·수면·각종 테라피가 그 중심에 섰다.

두 번째는 줄어든 술 소비의 대체제다. 시끄러운 밤 문화에 피로를 느낀 젊은 세대 사이에서 술을 절제하는 ‘소버 큐리어스(Sober Curious)’ 성향이 확산되고, 사우나는 알코올 없이도 함께 시간을 보내는 건전한 대체제로 선택받고 있다. 세 번째는 ‘디지털 도파민 디톡스’다. 최소 한두 시간, 알림과 SNS에서 완전히 벗어나 오직 감각에만 집중하는 단절감을 느끼거나, 사우나라는 취향 하나로만 모인 사람들의 휘발적인 소통은 지금 세대가 갈망하는 경험이다.

세 키워드는 결국 건강과 회복이라는 하나의 지점으로 모인다. 외적인 신체 건강은 물론 눈에 보이지 않는 회복에도 집중하고자 하는 경향이 트렌드를 넘어 라이프스타일의 한 축으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단순한 유행을 넘어 숫자로도 확인된다. 글로벌 웰니스 인스티튜트에 따르면 2024년 전 세계 웰니스 시장은 약 6조 8,000억 달러 규모로 커졌고, 온천·사우나를 비롯한 회복 관련 소비가 그 성장을 이끄는 동력 중 한 가지로 꼽힌다. 잘 쉬는 일이 이제 어엿한 산업이자 문화가 된 것이다.


감각의 공연: 아우프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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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gobanya.co.uk

모르는 사람과 적막한 사우나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이 어색하다면, 다양한 콘텐츠가 가미된 사우나를 찾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대표적인 것이 ‘아우프구스’다. 달군 사우나 스톤 위에 아로마 오일을 섞은 물을 부어 향긋한 증기를 피우고, 훈련된 진행자가 수건을 휘둘러 그 열기와 향을 실내 구석구석으로 지휘한다. 약 15분간 이어지는 이 의식에서 열기와 향, 때로는 음악까지 어우러지며 참가자는 오감으로 몰입하게 된다.

열기를 다스리는 이 진행자를 ‘열파사’라 부르기도 한다. 정해진 시간에 시작해 향과 온도가 절정에 이르렀다가 잦아드는 흐름은, 한 편의 짧은 무대를 닮았다. 사우너들은 향을 들이마시고 열기의 파도를 받아 내며, 잠시 다른 세계에 다녀온 듯한 감각을 얻는다. 땀을 흘리는 일이 그저 수동적인 휴식이 아니라, 세심하게 설계된 감각의 경험으로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사우나 레이브와 소셜 사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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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thecut.com

회복의 문화는 사교의 형태로도 번지고 있다. 옛말에 ‘목욕 한번 하고 나면 친해진다고 했던가’ 지금의 사우나 열풍은 이 말의 재현인 듯 보인다. 딥 테크노 음악과 사우나의 열기를 결합한 ‘사우나 레이브’는 유럽과 북미의 젊은 층 사이에서 새로운 밤 문화로 부상했다. DJ의 사운드, 아우프구스, 그리고 콜드 플런지가 하나의 이벤트로 묶인다. 음악에 몸을 맡기다 뜨거운 사우나로 들어가고, 다시 찬물에 몸을 담그는 순환이 이어진다.

함께 땀 흘리며 느슨한 유대를 쌓는 ‘소셜 사우나’ ‘커뮤니티 사우나’도 확산 중이다. 팬데믹 이후 적당한 깊이감의 건전한 연대감을 갈망하게 된 세대에게, 사우나는 술 없이도 강렬하게 연결되는 장을 제공한다. 과시나 경쟁 대신 각자의 회복에 집중하는 이 공간의 분위기가, 오히려 낯선 이들을 편안하게 한자리에 모이게 한다. 각자 또 같이 땀을 흘리다 인사를 나누는 정도의 느슨함이 오히려 이 공간을 오래 머물고 싶게 만든다.


회복이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이 된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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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formnutrition.com

성장에서 회복으로, 과잉에서 절제로, 그리고 화면에서 감각으로. 여름이나 겨울이나 사우나에 모이는 풍경은 이 시대의 욕망이 어디로 향하는지를 보여 준다. 뜨거운 열기와 차가운 물, 향긋한 증기와 잠깐의 단절 속에서 사람들은 각자 잃어버린 것을 되찾으려 한다. 회복이 취미가 되고 절제가 멋이 되는 흐름 속에서, 사우나는 단순한 목욕 공간을 넘어 이 세대의 라이프스타일을 담는 그릇이 되었다. 스마트폰을 끄고 사우나 문을 여는 순간, 회복은 이미 시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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