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호 EAT #1

EAT

하루가 다르게 바뀌는 F&B 트렌드 속에서도 유행이 만들어지는 방식에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낯선 맛과 식감이 호기심을 만들고, 익숙한 형태로 변주되며, 대량 생산과 유통이 가능해질 때 비로소 하나의 흐름이 된다. 두바이 초콜릿에서 터키쉬 딜라이트까지 중동 디저트의 계보를 따라가며, 다음 유행을 앞서 읽을 수 있는 조건을 하나씩 살펴본다.


빠르게 바뀌는 F&B 트렌드의 속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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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잔치떡백화점

평일 오전, 서울 중랑구의 한 떡집 앞에 줄이 선다. 백설기에 토마토소스와 치즈와 페퍼로니를 얹은 '피자설기'를 사려는 줄이다. 세 번 만에 겨우 샀다는 사람도 있고, 유명 떡집을 차례로 도는 일에는 '떡지순례'라는 이름까지 붙었다.

피자설기 이전부터 2026년은 유독 F&B트렌드 흐름이 빠르게 휘몰아친 한 해였다. 추운 겨울 오픈런에도 인당 2개씩만 살 수 있었던 두쫀쿠를 시작으로 버터떡, 봄동비빔밥, 얼려 먹는 젤리, 초코바게트에 이어 최근의 피자설기까지. 이 글이 실릴 무렵 피자설기의 인기도 장담할 수 없을 정도로 트렌드의 흐름은 좇는 순간 이미 과거가 된다. 그렇다면, 이러한 트렌드보다 한발 앞설 수 있는 넥스트 트렌드를 미리 읽을 순 없을까?


중동 디저트가 넘어온 21세기 실크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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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fix

두쫀쿠의 원류가 된 ‘두바이 초콜릿’의 원본은 픽스 디저트 쇼콜라티에(FIX Dessert Chocolatier)가 2021년에 내놓은 ‘Can't Get Knafeh of It’이다. 벨기에 밀크초콜릿 셸, 피스타치오 페이스트, 카다이프, 타히니. 브랜드는 제품명이 ‘Can't get enough of it’과 아랍어 ‘크나페’(knafeh)를 겹친 말장난이라고 직접 밝혔다. 출신지는 처음부터 이름에 적혀 있었던 셈이다.

그러나 중동의 단맛이 서구 시장에 상품으로 들어간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1861년 로쿰이 영국에 수입되기 시작했을 때의 이름은 ‘Lumps of Delight’였다. 전문점이 생겼고 장미와 오렌지와 레몬으로 향이 늘었다. 1950년 C.S. 루이스는 『사자와 마녀와 옷장』에서 에드먼드가 마녀에게 넘어가는 대가로 이 과자를 썼다. 집필기의 영국에서 과자는 배급 대상이었고, 터키쉬 딜라이트는 구하기 어려운 사치품이었다.

지금 이 계보는 대기업 라인업이 됐다. 린트의 ‘두바이 스타일’ 바는 공식 설명상 필링의 45%가 피스타치오다. 한국 시장의 경우 분화 속도가 유난히 빨랐다. 이마트24의 ‘두바이 스타일’ 라인업은 12종까지 늘었다. 두카크, 두카초, 두쫀쿠, 두카샌, 두헤아, 두바아, 두쫀모, 두샌빵, 두샌쿠, 두카롱. 원본 하나가 빵과 샌드와 마카롱과 모찌로 갈라진 것 자체가 로컬라이징의 증거다.


중동 디저트가 발전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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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app.com

그렇다면 ‘터키쉬 딜라이트(Turkish Delight)’라는 말이 통용될 정도로 튀르키예와 중동 지역의 디저트 문화가 발전한 것일까? 답은 지리적 특성에 있었다.

사탕수수 정제 기술은 동방에서 서진해 8세기에 이집트에 닿았고, 레반트에는 그보다 조금 뒤에 도착했다. 11세기부터 17세기까지 아크레 평야와 갈릴리 호수 주변, 요르단 계곡과 사해 남단에서 설탕 제조소가 돌아갔다. 키프로스는 14세기 이후 연 최대 500톤 규모였다. 십자군은 이를 고가 수출품으로 인식했고 베네치아 상인이 유럽에 유통했다. 유럽이 설탕을 사치품으로 사들이던 수 세기 동안, 이 지역은 설탕을 만들던 쪽이었던 셈이다.

견과류 역시 비슷한 사례에 해당한다. 튀르키예는 세계 헤이즐넛 생산의 66%, 수출의 75%를 차지한다. 주산지는 흑해 연안의 오르두와 기레순, 삼순과 트라브존이다. 피스타치오는 가지안테프가 EU에 등록된 생산 구역이다. 유제품도 있었다. 아프욘의 카이막은 물소젖으로 만들고 2005년 지리적 표시로 등록됐으며, 마라슈 돈두르마는 그 지역 자생 식물을 먹은 염소의 젖을 쓴다. 중동 지역의 지리적·기후적 특성을 생각해보면, 디저트 문화의 발달은 필연적이라고 할 수 있다.


흥미보다 중요한 로컬라이징의 필수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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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에서 힌트를 얻은 두바이초콜릿과 두쫀쿠의 성공, 다양한 종류와 직관적인 달콤함. 여기까지만 보면 다음 F&B 트렌드의 정답은 중동에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로컬라이징에 있어 희소성, 흥미와 함께 축을 이루는 것이 바로 제조 공정의 진입 장벽이다. 아무리 매력적인 아이템이라도, 대량 생산이 어렵다면 전국적인 트렌드가 되기에 어려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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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Amir-agencies

‘장미가 든 음식’이라는 어원에서 출발한 귈라치는 뒤에 소개할 딜라이트들 중 레시피가 간단한 축에 속한다. 귈라치는 반죽을 굽지 않고 전분 유프카를 따뜻한 설탕 우유와 장미수에 적셔 쌓아 만든다. 온도가 너무 뜨거우면 우유가 뭉개지고 너무 차가우면 덜 적셔지지만, 우유 온도만 잘 조절하면 된다는 점에서 그나마 생산 난도가 낮다. 로쿰은 재료가 설탕과 전분과 물과 산(酸)뿐이지만 대신 시간이 발목을 잡는다. 섭씨 125도에서 최소 두 시간 반 동안 저어준 후, 냉각만 최대 24시간이 소요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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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TasteAtlas

피슈마니예부터는 난이도가 달라진다. 설탕물을 180도로 끓여 120도까지 식힌 뒤 볶은 밀가루 반죽과 합쳐 접고 펴기를 15~20분 반복한다. 전통 방식에서는 손목 힘 좋은 청년들이 당기고 숙련자가 지시한다고 되어 있을 정도로 기술과 완력이 필요하다. 마라슈 돈두르마는 칼로 썰어 먹는 아이스크림이다. 냉각 팬에서 금속 봉으로 계속 누르고 뒤집는 ‘도브메’(dövme) 공정이 그 탄성을 만드는데, 이는 단순히 반죽을 잘 섞는 데서 그치지 않고 물리적 강도와 지속성을 유지해야 하며, 온도와 공기 함량을 적정한 수준으로 조절해야 한다는 점에서 상당한 기술력을 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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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Cleobuttera

바클라바 역시 마라슈 돈두르마 못지않게 상당한 기술력이 필요한 메뉴다. 바클라바는 반대편이 비칠 정도로 얇은 생지 사이에 버터와 견과류를 겹겹이 쌓아 구운 뒤 달콤한 시럽을 부어 완성하는 디저트인데, 얇게 편 반죽을 들어 올리는 과정에서 쉽게 찢어진다고 한다. 또한 EU 등록 규격상 반죽, 피스타치오, 순버터, 시럽의 배합이 정해져 있고, 손으로 반죽을 다루는 장인 기술 자체가 규격 요건일 정도로 조건이 까다롭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한국에서 맛볼 수 있는 상당수의 바클라바는 현지에서 이미 완성된 채로 수입된 상품일 확률이 높다. 따라서 오랜 유통 기간 동안 시럽에 반죽이 절어 바삭한 식감이 덜하다. 이처럼, 아무리 맛이 직관적이고 한국 소비자에게 낯선 아이템이라고 하더라도, 대량 생산과 유통이 어려운 아이템은 그대로 트렌드로 자리 잡기에 애로가 있다.


다음 유행은 소비자가 아닌 생산자의 시선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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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두쫀쿠가 무엇일지는 당연히 단언할 수 없다. 터키와 중동 지역 아이템이 다시 한 번 한국에서 통한다고도 확언할 수 없다. 다만 세 가지 조건을 렌즈 삼아 범위를 좁힐 수는 있다. 한국 소비자에게 충분히 낯설 것. 그럼에도 매력이 분명할 것, 대개 그 매력은 질감이다. 그리고 제작과 유통에서 현지화가 유리할 것.

세 번째 조건으로 보면 방향이 어렴풋이 보인다. 카트메르와 바클라바는 장인 기술이 규격 요건이라 대량 생산이 어렵다. 반면 굽는 설비 없이 적셔 쌓기만 하는 귈라치, 재료가 네 가지뿐인 로쿰 쪽이 조건에 가깝다.

얼마나 매력적인 아이템을 찾아 적당한 시기에 안정적인 물량을 공급할 수 있느냐. 이 단순한 논리 하나를 갖고 세상을 바라본다면, 소비자가 아닌 생산자의 입장에서 트렌드를 앞설 수 있을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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