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호 EAT #2

EAT

현대인에게 커피는 일상적이지만, 웰니스 흐름과 함께 카페인을 섬세하게 줄이려는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 이 변화 속에서 커피의 맛과 향을 구현해 내는 대체 커피와 찻잔을 나누는 다회 문화가 확산되고 있다. 취향을 지키면서도 마음을 가볍게 하는 이 한 잔은 스스로를 건강하게 돌보려는 흐름과 자연스레 맞닿아 있다.


음료가 말하는 건강과 취향의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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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Daily Coffee News

한 손엔 아메리카노, 다른 손엔 스마트폰. 언젠가부터 우리에게 커피 한 잔은 하루를 버티기 위한 일종의 연료처럼 자리 잡았다. 그런데 요즘, 그 공식이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무조건적인 각성과 집중만을 앞세우던 시대를 지나, 신체적 건강과 심리적 안정을 삶의 중심에 두는 '웰니스(Wellness)'가 우리의 음료 선택 기준에도 조용하지만 분명하게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 것이다.

자극을 덜어낸 그 자리에는 건강한 재료의 고유한 풍미와 정서적 여유를 향한 열망이 채워지고 있다. 그 변화는 크게 두 갈래로 읽힌다. 하나는 원두 없이도 커피의 맛과 향을 구현해 내는 '대체커피' 시장의 개화이고, 다른 하나는 술자리 대신 조용한 찻잔을 매개로 취향을 나누는 2030 세대의 '다회(茶會)' 문화 확산이다. 한때 목을 축이는 수단에 불과했던 음료가, 이제는 개인의 가치관을 드러내고 내면의 속도를 조절하는 가장 사적인 도구로 진화하고 있다. 우리가 매일 들어 올리는 그 잔 속에 담긴 라이프스타일의 변화를 세밀하게 들여다본다.


원두 없는 커피의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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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Ennio Cantergiani

현대인에게 커피는 '생존 음료'라는 수식어가 붙을 만큼 일상 깊숙이 자리 잡았지만, 최근 웰니스 열풍과 함께 카페인 섭취를 섬세하게 관리하려는 움직임이 뚜렷해지고 있다. 기존의 디카페인 커피가 추출 과정에서 카페인 함량을 극소량으로 줄이는 방식이었다면, 이제는 아예 커피 원두를 한 알도 사용하지 않는 '대체커피'가 새로운 주역으로 떠오르고 있다. 보리, 호밀, 치커리 뿌리, 차가버섯, 대추씨 등 천연 식물성 원료를 로스팅하거나 발효해 커피 특유의 향미와 바디감을 구현해 내는 식이다.

대체커피의 부상은 기후 변화로 인한 커피 생두 가격 상승과도 맞물려 있다. 지구 온난화로 원두 공급의 불확실성이 커진 가운데, 기후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는 대체 작물은 산업적으로도 유효한 대안으로 평가받는다. 그중 유럽에서 200년 넘게 사랑받아 온 치커리 뿌리는 카페인이 전혀 없을 뿐 아니라 식이섬유와 항산화 성분이 풍부해 속을 부드럽게 달래주는 힐링 음료로 각광받고 있다. 여기에 식품 부산물을 업사이클링하는 방식으로 환경 영향을 최소화하는 친환경적 특성까지 더해지면서, 가치 소비에 민감한 소비자층의 관심을 단단히 붙잡고 있다.


술잔 대신 찻잔을 기울이는 2030 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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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wodnrla

잠을 쫓기 위해 각성제처럼 마시는 커피의 대척점에는 오롯이 나를 위한 휴식의 매개체인 '차(Tea)'가 자리한다. 흥미로운 건 과거 중장년층의 전유물처럼 여겨지던 차 문화가 최근 2030 세대를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부어라 마셔라 식의 소모적인 음주 문화가 저물고, 그 빈자리를 고요한 분위기 속에서 찻잔을 나누며 취향을 교류하는 '다회(茶會)' 모임이 채워가고 있다.

실제로 지역 기반 커뮤니티에서는 낯선 타인과 모여 우롱차나 보이차를 함께 우려내는 소규모 다회가 공지 직후 순식간에 마감되는 이른바 '티(Tea)켓팅' 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다. 뜨거운 물이 찻잎을 적시고 은은한 향이 공간으로 번지는 짧은 기다림의 시간은, 끊임없이 자극을 소비하는 현대인에게 일상의 긴장을 풀고 내면을 들여다보는 귀한 틈을 마련해 준다. 이런 흐름은 시장에서도 확인된다. 중고 거래 플랫폼에서는 차판, 찻주전자 등 다구 용품의 거래량이 눈에 띄게 늘고 있으며, 다도가 단순한 취미를 넘어 세련된 라이프스타일의 한 축으로 안착했음을 증명하고 있다.


커스텀으로 완성하는 내 취향,
프랜차이즈 티의 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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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동아일보

차 문화의 확산은 글로벌 카페 프랜차이즈의 비즈니스 지형도까지 바꿔 놓고 있다. 정통 다회가 고요함과 사유에 집중한다면, 상업 생태계에서의 차는 철저하게 개인의 '취향'과 '경험'에 방점을 찍는다. 비주얼과 맛 모두를 챙긴 베리에이션 음료들이 젊은 층의 지지를 이끌어낸다고 볼 수 있다.

이 같은 성공의 중심에는 커스텀이라는 핵심 기제가 있다. 정해진 레시피를 수동적으로 소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샷을 추가하거나 시럽과 파우더의 양을 조절해 자신만의 레시피를 완성하는 과정 자체가 하나의 즐거운 유희로 소비된다. 브랜드 역시 이에 화답하듯 유기농 원료 도입과 천연 재료를 앞세운 프리미엄 전략에 공을 들이고 있다. 차가 단순히 커피의 대체재를 넘어, 탄탄한 팬덤을 거느린 트렌드의 중심축으로 자리매김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취향을 넘어 가치로 확장되는 ‘한 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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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Axios

매일 마시는 한 잔의 음료에는 시대의 분위기 사람들의 심리가 고스란히 담긴다. 원두 없이 커피의 향미를 구현하는 대체커피를 탐색하고, 찻잎이 천천히 우러나기를 기다리는 다회의 시간을 즐기며, 자신만의 레시피로 프랜차이즈 티를 주문하는 일련의 과정들은 단순한 미각적 취향의 변화 이상을 의미한다. 이는 빠른 속도의 일상 속에서 스스로를 잃지 않으려는, 부드럽지만 단단한 자기 돌봄의 발현이다.

앞으로 음료 시장의 핵심 경쟁력은 맛과 가격 경쟁뿐만 아니라, 얼마나 건강하고 진정성 있는 위안을 제공하느냐가 새로운 영역으로 자리 잡을 것이다. 브랜드 역시 지속가능성과 정서적 힐링을 함께 충족시키는 기획력을 증명해야 할 시점이다. 투명하고 잔잔해 보이는 찻물처럼, 그 속에 담긴 대중의 단단한 웰니스 지향은 이미 식음료 생태계의 판을 조용히, 그러나 확실하게 바꿔 우려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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