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년 4월호 EAT #1

EAT

익숙한 골목 풍경 속에서도 새로운 음식 가게들이 눈에 띄기 시작한다.샐러드와 파스타, 올리브 오일에 절인 채소가 유리 진열장에 가지런히 놓인 곳. 반찬가게 같기도 하고 작은 레스토랑 같기도 한 이곳을 사람들은 ‘델리 스타일 가게’라고 부른다. 요즘 한국의 식탁이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는 신호일지도 모른다.


반찬가게가 달라졌다
‘델리 스타일’ 음식 가게가 늘어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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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한국에서 반찬가게는 꽤 익숙한 풍경이다. 동네 골목마다 하나쯤은 존재하는 곳. 퇴근길에 들러 몇 가지 반찬을 사 가는 일은 우리에게 오랫동안 이어져 온 익숙한 생활 방식이다. 진열대에는 김치와 장조림, 멸치볶음 같은 익숙한 반찬들이 놓여 있고, 손님은 몇 가지를 골라 소분 포장해 가기도 한다. 집에서 밥을 차릴 때 필요한 ‘조금의 도움’을 얻는 곳. 전통적인 반찬가게의 역할은 대체로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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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최근 서울을 중심으로 조금 다른 분위기의 가게들이 등장하고 있다. 유리 진열장 안에는 올리브 오일에 절인 채소, 치즈를 곁들인 샐러드, 허브 향이 나는 구운 채소 요리가 놓여 있다. 김치 대신 파스타 샐러드나 로스트 채소, 콜드 컷이 진열된 이곳은 흔히 ‘델리 스타일 음식 가게’라 불린다. 한국의 반찬가게와는 닮은 듯 다른 새로운 형태의 음식 가게다.


서양의 델리 문화에서 시작된 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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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unsplash

델리(Deli)는 원래 ‘델리카트슨(Delicatessen)’의 줄임말로, 유럽에서 시작된 음식 판매 방식이다. 다양한 조리 음식을 미리 만들어 진열해 두고, 손님이 원하는 만큼 골라 담아가는 형태를 말한다. 치즈, 햄, 샐러드, 샌드위치, 파스타 같은 간단한 요리가 중심이 되며, 가게에 따라 와인이나 빵을 함께 판매하기도 한다.

델리 문화는 특히 뉴욕이나 런던 같은 도시에서 하나의 라이프스타일로 자리 잡았다. 집에서 직접 요리를 하지 않더라도 간단히 좋은 음식을 즐길 수 있는 ‘도시형 식문화’로 발전한 것이다. 한국의 전통적인 반찬가게와 비슷한 점도 있다. 미리 조리된 음식을 소량으로 구매한다는 점에서는 같은 방식이기 때문. 다만 구성과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반찬가게의 경우 집밥을 완성하기 위한 조합이라면, 델리는 그 자체로 하나의 식사가 되는 음식들을 제공한다.


반찬과 델리, 비슷하지만 다른 음식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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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문화의 차이는 음식의 역할에서 드러난다. 한국의 반찬가게의 주요 메뉴들은 ‘밥과 함께 먹는 반찬’을 중심으로 구성된다. 여러 가지 반찬을 조금씩 곁들여 식사를 완성하는 방식이다. 반면 델리에서는 한 가지 메뉴가 하나의 식사가 된다. 샐러드 한 접시나 샌드위치, 혹은 파스타 한 컵이 간단한 점심이 된다. 그래서 델리 음식은 비교적 가벼운 메뉴가 많고, 채소와 치즈, 올리브 오일 같은 재료가 자주 사용된다.

반찬가게가 가정식의 연장선이라면, 델리는 도시 생활에 맞춘 간편식 문화라고 볼 수 있다. 최근 한국에 등장한 ‘외국식 반찬 가게’들은 바로 이 두 가지 문화의 중간 지점에 서 있다. 포장 방식이나 판매 구조는 반찬가게와 비슷하지만, 메뉴 구성은 델리 스타일에 가깝다. 샐러드, 파스타, 구운 채소, 다양한 소스가 어우러진 메뉴들이 진열대에 놓이게 된다.


왜 지금, 델리 스타일이 유행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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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가게가 등장하는 배경에는 최근의 식문화 변화가 있다. 1인 가구와 맞벌이 가구가 늘어나면서 집에서 모든 식사를 준비하기보다 간편하게 음식을 구매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동시에 소비자들은 단순한 편의식보다 조금 더 ‘취향 있는 음식’을 찾기 시작했다. 델리 스타일 가게가 주목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완전히 패스트푸드도 아니고, 그렇다고 정식 레스토랑도 아닌 중간 형태의 음식 경험이기 때문이다. 다양한 메뉴를 조금씩 맛볼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특히 SNS에서는 색감이 풍부한 샐러드나 플레이팅이 돋보이는 델리 음식이 콘텐츠로 소비되기 쉽다. 유리 진열장에 정갈하게 놓인 음식들은 그 자체로 시각적인 매력을 갖기 때문이다.


새로운 형태의 ‘동네 음식 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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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변화는 결국 동네 음식 가게의 역할이 달라지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예전의 반찬가게가 집밥을 돕는 곳이었다면, 요즘 등장하는 델리 스타일 가게는 작은 레스토랑과 비슷한 역할을 한다. 손님은 몇 가지 음식을 골라 간단한 한 끼를 완성하고, 때로는 친구들과 함께 가볍게 식사를 즐기기도 한다.

한 도시의 음식 문화는 늘 다양한 방식으로 변화한다. 그리고 그 변화는 종종 익숙한 형태를 조금씩 바꾸는 방식으로 나타난다. 반찬가게와 델리 사이에 등장한 새로운 음식 가게들도 그런 흐름 속에 있다. 어쩌면 지금 동네 골목에서 발견할 수 있는 이 작은 가게들은, 앞으로의 한국 식문화가 어떤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또 하나의 신호일지도 모른다.


한국의 델리 스타일 숍 추천 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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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트립닷컴 Dasorii

🚩 더 베이커스 테이블 | 서울 용산구 녹사평대로 244-1

독일식 빵과 소시지, 샌드위치 등을 판매하는 베이커리로 베이커리뿐 아니라 델리 메뉴를 함께 운영한다. 쇼케이스에 음식이 진열된 형태이며 샌드위치, 샐러드, 수프 등 가벼운 식사 메뉴를 맛보거나 구매할 수 있다.

대표 메뉴로는 슈니첼, 독일식 브런치, 수프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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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foodissue.official

🚩 푸드이슈 | 서울 용산구 신흥로 97-4 지하1층

해방촌 신흥시장 근처에 위치한 푸드이슈에서는 팔라펠 피타포켓, 후무스 등을 판매한다. 한국의 반찬 가게를 모티브한 외국 음식과 와인을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운영된다.

대표 메뉴로는 풀드포크 피타포켓, 후무스, 당근라페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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